내가 인생 영화로 꼽는 포레스트 검프는 중학교 3학년 국어 시간에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고, 고등학교에 올라온 이후 2016년 메가박스 재개봉으로 또 보고, 넷플릭스를 통해 집에서도 보았던 만큼 내가 이야기 할 점도 많고, 여러 의미로 엄청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내 인생의 영화를 찾으라'는 과제가 주어진 후, 나에게 인생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단순히 영화가 좋고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의 영화’로 선정”하지는 않는다는 나름의 기준과 그 기준을 바탕으로 고민을 해 보니 이 영화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인 포레스트 검프가 버스 정거장에 앉아 옆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지능이 낮고 멍청한 사람으로 취급받던 포레스트 검프가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며 여러 직업을 경험하고 미국의 여러 현대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릴 적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춤에 대한 영감을 제공하고, 초대받아 간 호텔에서는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고발하고, 사과 회사인 줄 알고 구입한 애플사의 주식 덕분에 거부가 되는 에피소드 등을 통해 검프가 멍청하게 묘사됨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영화 중간 중간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그가 일구어내는 성공과 검프의 여러 경험이 영화 속에 나타나는데, 이를 미국 현대사의 중요 사건들에 대한 묘사를 통한 미국 사회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시각으로는, 그냥 단순히 포레스트 검프라는 사람의 인생과 일대기로서 바라보는 일차원적인 접근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물론, 영화 자체가 충분히 뛰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보아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훌륭한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여러 시간이 흐른 뒤인 지금 이 시대에서도 많은 장면들이 이야기 되고 있지만, 난 그 중에서도 검프의 어머니가 남긴 불후의 명대사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단다. 열기 전까지는 무엇을 집을지 알 수 없어"는 대사라는 부분이 제일 인상 깊었다, 특히나 그 대사는 포레스트 검프가 ‘초콜릿 상자’를 들고 제니에게 다시 찾아가는 장면에서 더더욱 압권이다. 보면 안다.
검프의 어머니는 검프에게 인생이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이야기 했다. 이는 인생이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다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 달콤한 초콜릿을 골랐을 수도 있지만, 남은 초콜릿 중에서 쓴 초콜릿, 맛없는 초콜릿을 골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4년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에, 이 영화가 보수주의에 대한 가치를 주장하며 진보 성향, 혹은 진보적 삶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가득 안고 있는 영화라는 시각과 함께 ‘달콤한 초콜릿을 집어든 사람은 남아있는 쓴 초콜릿을 두려워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두고 여러 시각으로 해석해 볼 수 있고, 다양한 접근과 생각의 기회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이 장면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의 격변기-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한 바보 주인공의 돌파 성공기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 흐르고 굽이치는 시대상에 히피, 흑인 운동권 문제와 마약 중독, 정치적 이슈(닉슨의 워터게이트), 베트남 전쟁과 반전운동, IT 시대의 시작점 등을 냉소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바보 주인공이 거기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뻘짓’을 하던 간에 관객이 그 시대를 이해하고 그 사건들이 누구에게 책임이 있고 비난의 화살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단순히 미제 자유주의 옹호 영화라고 매도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영화가 가진 의미? 포레스트 검프의 줄거리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한다? 주제를 해석한다? 글쎄, 이 글의 내용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아도 크게 상관은 없다. 감상의 나열이니까.
2018년 1월 10일 씀.
'글 > 다큐, 영화,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혹성 탈출 - 원작을 성공적으로 재구성 한 영화 (0) | 2018.03.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