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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책과 비평

최근 본 두 편의 영화 '강철비'와 '신과 함께'


최근에 본 강철비가 상당히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관객들의 감동을 유발하기 위해 흔히들 쓰는 신파-신파극이라는 요소 없이 담담하고 웃기게 잘 풀어낸 연출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적, 개인적 요소가 겹쳐서 다들 이야기하기 꺼려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소재인 통일’, ‘남북 분쟁이 바탕이 된 핵무기 갈등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 영화라는 점이 특히나 호감을 갖게 만든 영화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이념 및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기 쉬운 분야의 주제에서 그런 이념적 주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편향된 시각을 드러내지 않고 핵무기와 전쟁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많은 사람들의 정서적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특히나 인상 깊었다.

 

이런 전쟁 위기나 국가 간의 갈등을 그려내는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위기를 해결하고 성공하는 히어로물과 같은 전개를 끌어내기 쉽상인데, 주인공인 정우성이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곽도원 역시 위기 상황을 해결하지만 금방 친해진 정우성을 잃게 되는 상황을 보여 주었다. 이는 뻔히 예상되는 완벽한 해피 엔딩이 아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만들어 관객들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에 던져 놓으며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을 뿐더러, 정치적인 이슈 및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북한이란 사회의 모습과 국가 대 국가간의 갈등이 이러한 소재를 통해 사실적인 연출로 나타난 작품이 높은 완성도까지 보여주어 상당히 호감으로 기억에 남았다.

 

이와 반대로 싫어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이번에 흥행에 성공했다고들 이야기하는 신과 함께가 아쉬웠다. (사실 지금까지 본 모든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와 싫어하는 영화를 선정해서 쓰려고 그랬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최근 경험이나 감정이 안 담기고 일반적인 글이 쓰일 것 같아 가장 최근의 두 경험을 담으려 합니다.) 강철비를 보기 직전에 본 영화인데, 주호민 작가의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라는 사실 정도를 알 고 있었고 영화의 원작이 된 웹툰의 해당 에피소드 정도는 본 상태로 영화를 보았다. 그 외의 사전 정보는 엄청난 규모의 제작비와 한국식 CG가 인상 깊을 것이라는 홍보 자료들 정도였다.

 

CG 수준이 상당하다고들 이야기 하곤 했는데, 보는 내내 신경 쓰인 것이 CG라 일반적 평이 이상하게 다가왔다. 배경이나 등장하는 악귀들의 CG는 지금까지 국내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너무 중국 느낌이 나며 웹툰의 느낌이나 한국 영화나 한국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로서의 특징을 살리지 못한 과한 배경 그래픽 느낌이 들어 상당히 아쉬웠다. 또한 과한 느낌의 배경 CG의 질 자체는 상당히 높다고 인정하더라도, 인물 합성 기술은 합성된 얼굴 표면에 빛이 비추는 각도나 조명의 정도가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로 튀었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같이 본 친구들도 CG 합성에 대해 상당히 이질감을 느껴 나만 민감하게 느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이야기 하고 싶고, 감상 이후 다른 사람의 평이 궁금해서 그동안 스포일러 염려로 보지 않았던 평을 찾아보니 한국에서 나온 CG 치곤 성공했다는 평이 주류였는데, 마블 코믹스로 대표되는 할리우드의 CG 기술에 익숙해진 나를 비롯한 친구들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영화가 여전히 우리나라 안에서만 소비되는 것도 아니고, 수출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 수준이라면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라고 생각한다. ‘한국 컨텐츠고 우리 기술이니 이정도면 봐주자는 논리는 어릴 적 디 워를 본 경험을 이야기 하며 한국 컨텐츠의 발전을 더 요구하는게 무리는 아니다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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