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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책과 비평

한국의 디자인 - 김종균

내가 가졌던 물음. 왜 우리나라의 디자인은 삼색, 단청, 처마 등 조선 혹은 그 이전에 비롯된 전통을 이상하게 살려내려 하는 걸까. 다른 80년대 90년대를 거쳐오며 현대적으로 자리잡은 고유의 문화를 설명해 낼, 디자인 양식들의 기반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던 책. 


산업의 발전 이후 디자인이 등장한 순서가 아닌, 그 역의 순서. 디자인과 산업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들어오며 본래의 순수한 의도와 목적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부분. 급격한 경제성장의 이면이라고 확대해석 할 수도 있을? 수요가 없으나 강제로 심어준 인력. 결국 일은 했고, 역할은 수행했지만 무언가 아쉬운 이유. 계속 건물을 재건축, 재개발하고, 오래 된 건물에도 역사와 혼이 없는 이유는 이런 곳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디자인 역사의 발전 단계를 이 책에서는 정권의 성향을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각 정권의 정책이 디자인계의 주요 흐름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더 많은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기준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우리 근대 디자인의 발생 과정과 계몽적 성향이다. 서구의 경우에는 산업의 발전에 뒤따르는 산업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디자인 교육이 생겨났다. 하지만 우리는 산업 수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미군정을 통해 대학 디자인교육이 정착되었다. 일찍이 디자인교육을 받은 소수의 디자이너 겸 교수들도 별다른 활동 없이 작가 생활을 전전해야만 했을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부재했다. 하지만 이들은 1960년대 이후 혁명정부 수립과 함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정책 관료들을 도와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권위적인 정부의 시책에 동조하면서 근대화 정책에 필요한 중요 집단으로 변모해갔다. 이것은 비단 디자인계의 문제만은 아니었고, 건축계나 문화예술계 전반적인 경향이었다. -406p